[아름다운 우리말] 인사(人事)를 나누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건강도 조심하시고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혼자 건강한 건 소용없습니다. 내가 감기에 안 걸려도 옆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소용이 없어요. 전염병은 뜻밖에도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염이 참 무섭습니다. 저에게 다가오는 전염도 무섭지만 저에게서 비롯되는 전염도 무섭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착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나에게서 비롯된 전염이 나에게 비난으로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비난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무서운 도구입니다. 비난받는 것이 두렵다면 비난하는 일도 삼가야 할 겁니다. 나의 비난이 그를 상처 내고, 심지어 그를 죽이기도 합니다. 정말 무섭죠. 요즘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으시죠? 백신을 맞으면 모두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더 걱정입니다. 백신을 많이 맞은 나라는 선진국입니다. 선진국은 백신을 독점하여 쌓아놓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더 많이 쌓아놓았는지를 경쟁합니다. 몇 년 치를 확보하였다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염병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병입니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백신을 많이 맞지 못했습니다. 접종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릴 뿐 아니라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럼 기존의 백신은 다시 소용이 없어집니다. 아무리 백신을 맞아도 세상의 사람들에게 저항력이 생기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백신은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한에도 백신을 빨리 나누어야겠습니다. 그건 꼭 북한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백신뿐만이 아닙니다. 혹시 무언가 쌓아두려고 생각한 게 있다면 나누는 일도 동시에 생각해야 합니다. 행복이나 불행이나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모두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수도 없고, 나의 불행은 다른 사람도 불행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여러분과 나눈 이야기는 모두 인사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사를 나눈 것입니다. 인사는 이렇게 사교적인 기능을 합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때 부드러운 시작을 준비해 주는 것입니다. 인사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무례한 것입니다. 인사를 안 하면 예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고, 기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죠. 인사를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사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인사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인사를 안 하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면 인사는 왜 할까요? 인사는 만남을 기뻐하고, 상대를 걱정하는 겁니다. 사람은 만나면 기쁜 존재입니다. 만나면 기뻐야 하는데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과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면 슬픈 일입니다. 그런데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아프거나 힘들어한다면 인사를 건네기가 참 어렵습니다. 물론 이때 우리의 인사가 더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저는 인사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바람이고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만나 기뻐하고, 상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인사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사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나요? 만약 그러한 감정을 못 느낀다면 그것은 인사가 형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예의가 나쁜 것이 아닌데 예의가 형식이 되면 사람을 얽어맵니다. 법이 사람을 위한 것인데 잘못하면 법이 사람을 얽어매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게 그렇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모든 게 얽어매는 밧줄이 되고 맙니다. 공부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습니다. 저는 생각의 중심을 사람에 놓고, 나의 감정에 비추어 보기를 권합니다. 내 감정이 불편하면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사는 사람의 일이고, 인사는 사람의 감정에 관한 일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살피는 일인 셈입니다. 인사는 고마운 거죠. 우리 모두 인사를 잘하면 살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인사 요즘 코로나19 경제적 사정